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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일반

내가 지인들에게 이 사이트를 알리지 않는 이유

by 브룡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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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에 투자한지가 좀 되었지만 지인들에게는 잘 알리지 않고 있다 (지인도 별로 없다). 이유는 너무 많은데,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집중적으로 투자한 주식이 LAC이니 LAC의 경우를 갖고 얘기해보자. 

 

0. 무엇보다 내가 회사를 잘 못 볼 수 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회사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내가 틀릴 확률 있다. 거의 반반일 것이다. 나도 나를 가끔 못 믿는데, 이런 나의 분석을 지인들에게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1. 종목 추천 해서 잘 되어도 많이 못 먹고 빠진다. 

주식을 장기보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숫자를 확인하고 스스로 CEO 인터뷰를 듣고 스스로 회사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무턱대고 아는 사람이 추천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사면 보통 수익을 냈다고 하더라도 몇 십프로 먹고 나오는 단타로 마무리 하는 경우가 많다 (김작가 - 김탁 이사 인터뷰에서도 나온 말). 어차피 남의 말 듣고 주식을 사면 그 회사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일찍 나온다. 먹어도 먹어봤자 몇 십프로이고, 하방도 뻥 뚫려 있는 위험한 LAC 같은 주식을 굳이 확신도 없는 지인에게 추천해서 나만 욕 먹을 일 없다. 

 

2. 성향이 다르고 돈의 급한 정도가 다르다. 

나 같은 경우는 성장주 하나 내지는 둘 잡아서 그냥 밀어부치는 스타일인데, 잘 알려진 것처럼 이런 주식들은 반 토막은 기본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나 같은 성향을 갖는 것도 아니고 반토막 나면 안절부절 마이너스 수익률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스타일이면, 내가 굳이 이런 주식을 알려줘서 친한 사람들 고통을 줄 이유가 없다. 사람마다 투자 스타일이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내 투자 방식을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공유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나는 무조건 여윳돈 갖고 레버리지 없이 미국 주식 소수 종목에 장기 투자한다. 이게 내 스타일이다. 그러나 지인들은 자금 사정이 다를 수 있고 매매 패턴이 다를 수 있고 레버리지를 쓸 수도 있다. 괜히 급한 돈을 끌어다 썼다가 반토막이라도 나면 그걸 내가 어찌 감당할 것인가. 사람들은 맨날 괜찮아 자기가 책임지면 된다고 얘기하지만, 막상 반토막 나는 주식 들고 있으면 그들도 인간인 이상 나를 욕할 수밖에 없고 나 역시 편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에 나는 내 주식 때문에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내 지인 주식들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3. 지인이 돈을 잃으면 내가 고통스럽고, 돈을 설령 벌어도 (많은 사람들은) 고마움을 잘 모를 수 있다.

이건 지인의 문제도 아니고 모든 인간 고유의 본성인데, 사람들은 보통 잘 된 일은 자기 탓, 안 된 일은 남탓을 하기 마련이다. 이건 내 이론이  아니라 심리학의 유명한 attribution theory가 말하는 내용이다. 나 역시 이런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나는 종종 종목 추천을 소개팅에 비유하는데, 잘 되어도 그냥 본전이고 못 되면 나만 욕 먹는 게 두 행위의 공통점이다. 가령 내가 주선한 소개팅에서 잘 되어서 두 사람이 결혼을 했다고 하면 그 둘은 결혼 이후에도 둘을 연결시켜줬다고 과연 고마워할까. 천만의 말씀! 다른 더 좋은 옵션이 있었을 건데 ㅋㅋ 하면서 후회할 수도 있고 설령 둘이 너무 잘 맞아도 그냥 둘만 좋아하지 굳이 연결시켜준 나에게 막 고마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소개팅 나갔는데 이상한 사람이 나왔다면? 아마 나한테 어쩜 그런 사람 나오게 했냐고 욕을 할 게 뻔하다. 그러니 소개팅 해서 딱히 좋을 게 없다. 나에게도 인센티브가 없고. 이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ㅋㅋ 주식 종목 추천도 비슷하다. 잘 되어도 해봤자 몇 십프로 정도 먹고 (스스로 공부한 게 아니라서), 잘 되어도 추천한 사람에게 크게 고마움을 못 느끼는 게 인간이라는 종족의 특성이다. 내 지인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인간들이 그렇다. 실제로 김작가TV 한 에피소드를 보면, 자신의 동생이 종목을 하나 잘 골라서 지인들에게 추천해서 다들 몇 천만원 혹은 그 이상의 수익을 봤는데, 아무도 자신의 동생에게 밥 한 번 사거나 뭐 고맙다는 인사도 안 했다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나도 씁씁해 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추천해준 종목이 못 되어도 나는 고통스럽고, 잘 되어도 확률적으로 내가 섭섭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애써서 지인들에게 종목을 추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지인에게 종목 추천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내가 두 배로 고통스럽고, 그리고 설령 잘 되어도 고마움을 크게 못 느낀다면, 이건 정말 별로인 투자 아닌가 ㅋㅋ 상방은 닫혀 있고 하방만 열린. ㅋㅋ 그래서 종목 추천을 별로 하지 않는다. 

 

4. 성장주 추천은 등락이 너무 심하다.

작년 LAC이 22불대를 찍었을 때 나에게 정말 잘 해준 형님이랑 와이프 친구한테 어쩌다가 이 주식을 알려줬고 그 때 조금 적극적으로 사라고 얘기해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주식이 13불까지 9개월 내내 빠지는데 정말 미안해서 죽는 줄 알았다. 이후  LAC이 올라 35불대를 넘어 한 때 40불을 찍기도 했는데 다시 친한 형이랑 친구에게, 절대 적극적으로는 아니고, 살짝 얘기해줬는데, 이후 LAC 주가는 28불을 갔다. 추천만 하면 마이너스다. ㅋㅋ 성장주는 변동성이 너무 심해서 몇 십프로 마이너스는 기본이다. 그리고 보통 주식은 주가가 오를 때 추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률상 추천 이후 주식이 내려가기 쉽다. 반토막은 기본으로 나는 성장주를 그래서 나는 더더욱 추천하기가 무섭다. 왜냐하면 나도 그 회사의 장기 방향은 확신하지만, 단기 변동성은 완전히 내 예측 밖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투자 옵션이 있을 건데 (예를 들어 안정성 좋아하면 한국 부동산이 나을 수도), 굳이 내가 친한 지인을 이런 변동성 구렁터리에 빠뜨려서 힘들 게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아무리 내 책임이 아니라 하더라도 나도 사람인 이상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목 추천을 잘 하지 않는다. 종목 추천을 안 했다고 욕 먹을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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