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켄 피셔는 주식시장을 빗대어 The Great Humiliator 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말로 굳이 번역하면 거대한 모욕자? 정도인데,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계산하고 공부하고 들어가서 주식을 사도, 굉장히 알 수 없는 이상한 이유로 주식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주식시장에서 몇 번 겪다보면 아 "내가 하는 게 과연 올바른 행동"인가 하면서 거의 모욕에 가까운 창피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늘 모욕감 창피함을 안겨준다.
LAC을 지난 2년 가까이 봐온 나도 이렇게 큰 급락은 거의 처음 보는 듯하다. 물론 단기간에 40% 빠지는 경우가 몇 번 있긴 했지만 단 하루만에 -13% 가까이 빠지는 장은 정말 오랜만에 경험한 듯하다. 특히 오늘 급락이 더 충격이 컸던 게, 아침에는 5% 정도 상승하면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당일 고점과 저점을 비교해보면 무려 -20%의 주가가 빠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정도면 거의 넷플릭스 실적 충격 급이다.
왜 그랬을까. LAC이 무슨 불리한 재판 결과라도 얻었나? 아니면 아르헨티나 염호가 연기라도 되었나? 아니다. 오로지 일론 머스크의 입 때문이다. 어제 글에도 적었지만 ([LAC #65]), 나는 개인적으로 테슬라과 LAC과 굳이 얽히기를 바라지 않는다. 테슬라는 애플과 매우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다. 자기네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거나, 아니면 공급자들 피를 빨아먹는 식으로 극도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테슬라가 현재 갖고 있지 못한 게 리튬인데, 일론 머스크도 최근 리튬 가격 상승에 신경이 쓰이는지 어제 테슬라 실적 발표해서 테슬라가 조만간 리튬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 하나로 기존 리튬 업체들 가격이 줄줄이 빠졌다. LAC-13%를 비롯하여, SQM -8%, ALB -5%, Livent -9% 정도가 빠졌고, 오히려 주니어 리튬들 하락폭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들도 -5% 내외의 하락이 있었다.
일론은 어제 실적 발표에서 "리튬 값이 미쳤다". "리튬 업체들 마진이 요즘 소프트웨어 마진 수준이다", "창업자들이여 돈을 벌고 싶나? 그럼 리튬 사업을 해라!" 등등 리튬 관련하여 몇 가지 자극적인 발언들을 하였다. 테슬라 가격을 올린 것도 부분적으로 리튬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뭐 이 발언들이 딱히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으나, 리튬 투자자들은 일론이 리튬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더 많은 신규 사업자들이 리튬에 뛰어드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고, 무엇보다 일론이 몇 개월 안에 발표한다는 리튬 프로젝트에 혹시 기존 리튬 회사들은 모르는 신기술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일론은 위대한 천재 혹은 훌륭한 사업가이지만 유명한 뻥쟁이이기도 하다. 어제 글에도 적었지만 2년 전에 그는 이미 리튬 쉽게 추출가능한 기술 있다고 말은 하고 다녔으나 그 이후 묵묵부답이고 피드먼트 리튬 등 생산 일정이 거의 몇 년 후에나 가능한 업체들과 아주 싼 값으로 계약을 하고 정작 리튬을 직접 생산하는 회사들과는 계약을 하고 있지 않다. 더 큰 돈을 리튬 업체들에게 주기 싫다는 말이다. 대신 트위터를 통해 자극적으로 리튬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테슬라는 리튬 가격을 내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일론 말처럼 리튬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리튬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 문제는 이걸 생산하고 추출하고 정제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이 모든 과정이 정부 규제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데 있다. 일론이 테슬라 회장이 아니라 심지어 미국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리튬을 바로 빼내서 생산할 수 없다. 리튬을 추출하려면 기본적으로 땅이 있어야 하고, 땅을 팔 권한을 받아야 하고, 바닷물로 만든다고 해도 주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하고, 이 물 사용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염호를 만들어서 만들려면 1년 이상 말려야 하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리튬을 추출해도 공장으로 들고가서 제조해야 한다. 수산화리튬을 만들려면 경우에 따라선 두 번 이상의 제조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일론이 뛰어난 사업가라 한들 이걸 한큐에 끝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몇 개월 후에 발표한다는 테슬라 리튬 관련 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땅이 있고 연말부터 시추한다고 해도, 그게 현실적으로 작동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LAC은 이미 12년 전부터 땅을 팠고 몇 년에 걸쳐 권리를 획득하고 심지어 정부 승인 주 정부 승인 모조리 다 받았는데 소송 때문에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거의 15년이 걸렸다. 테슬라가 아무리 왕이라 한들 이 과정을 다 건너 뛰고 짜잔하고 리튬을 바로 내일부터 만들 수 있을까? 당연히 만들 수 없다. 이건 정치와 규제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추총자들은 그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하며 공포감에 모든 리튬 주식들을 내다팔았다.
이래서 주식시장이 늘 우리에게 모욕과 좌절을 준다고 하는 것이다. 하락에 대해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의 하락이 LAC 회사 본연의 경쟁력 감소와 관계된 것인가? 예를 들어 넷플릭스 주가 하락과 비슷한 성격인가? 넷플릭스 주주라면 나는 넷플릭스 주식을 팔았을 것이다. 구독자수 감소는 회사 본연의 경쟁력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AC 주가 하락은 오늘 순전히 일론 머스크에 대한 공포와 그를 경외하는 이들의 헌신적인 매도로 이뤄진 것이다. 이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아무 상관이 없다. 만약 재판이 불리하게 나왔다 내지는 아르헨티나 염호가 연기되었다 이러면 매도를 하는 게 맞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늘의 하락이 실제로 있지도 않은 일론 머스크의 입 때문이라면, 나는 오히려 매수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내가 매수 매도에 대해 뭘 알겠냐만).
그리고 만에 하나 설령 테슬라가 하루만에 리튬을 만드는 기술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테슬라가 이 기술을 경쟁자와 나눌리 만무하다. LAC은 테슬라만 있는 게 아니다. 주변에 널린 게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고 포드, 지엠, 폭스바겐, 토요타 모조리 미국에 뱃더리 공장을 단독 내지 합작으로 짓고 있는 중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열심히 공장을 짓고 있다. LAC은 제값을 주는 이들에게 팔면 된다. 테슬라가 정말 위대한 리튬 기술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테슬라만 이득을 보는 것이지 수없이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을 것이다. LAC은 이들과 같이 일하면 된다.
어제 글에도 적었지만, 일론 머스크에 목숨 걸 것 없다. 리튬 주주들은 일론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가 전기차 시장을 새로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일론 없이 갈 줄도 알아야 한다. 일론이 설령 없다 하더라도 전기차의 대세는 바뀌지 않는다. 더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엄청 강한 지지선인 24불은 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건 기술적 분석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믿음이다. 앞으로 호재가 발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일론이 무서워서 팔고 가겠다고 한다면, 뭐 나는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LAC #65] 테슬라에 너무 목숨걸지 말자 (tistory.com)
마지막으로 1년 반 전에도 똑같은 일이 생긴 적이 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리튬 그거 소금물이랑 진흙이랑 흔들어서 하면 나온다는 이른바 소금 추출 방식을 얘기했을 때 LAC주가가 하루만에 20% 가까이 빠진 적이 있었다. 아래 트위터를 보면 2020년 배터리 데이 이후로 오늘 하락은 당일 기준으로 최대폭이었다. 2020년 배터리데이처럼 올해도 LAC 주가는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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