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마감하면서 2021년 최고 수익률을 낸 종목은 무엇인가 검색해보았다. 2차 전지, 메타버스 이런 주식 중 하나가 최고 수익률을 내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왠걸! 1위는 데스티네이션 엑스엘(Destination XL)이라는 옷 파는 회사였다. 수익률이 1년동안 무려 20배다. 202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2020년 12월 31일 대비 1981%이다. 현재 주가는 $5.57인데 작년 이맘때 주가는 $0.26이었다. 이것도 그나마 고점 대비 내려서 이런 거고 2021년 11월 중순에 주가가 $8.4까지 찍었으니 그 때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무려 32~33배 오른 종목이다.
이 회사는 특이하게 엄청 뚱뚱한 혹은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옷을 판다. 대부분 의류 회사들은 초엑스트라 라지 소비자층이 너무 얇아서 이들에게 맞는 옷은 내놓지 않는다. 이점을 노리고 오로지 비만 혹은 거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옷을 팔기 시작한 게 데스티네이션 엑스엘의 전략이고, 이 회사는 니치마켓을 공략하면서 지난 몇 년동안 꽤나 꾸준한 매출을 올려왔다.
재미있는 것은 이 회사는 그동안 성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0년동안 매출이 거의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가가 올해만 20배 오른 배경에는 이 회사가 2021년을 기점으로 드디어 수익다운 수익을 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매출은 꽤 높았지만 이익 창출에서 좀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올해 비용 절감을 하면서 회사가 드디어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플러스로 만들어내는 턴어라운드를 만들었다.
Destination XL 같은 주식을 보면서 든 생각은 반드시 가치 투자가 성장주 투자에 비해 수익률로 밀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가치주 중에서도 턴어라운드가 되는 주식은 눈여겨 보아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중에 또 얘기하겠지만 데스티네이션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인 회사가 허츠(Hertz)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 역시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가 턴어라운드 하면서 20배 이상 성장을 했다.
성장주의 강점은 성장 섹터와 함께 끊임없이 우상향한다는 사실이나, 문제는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데 있다. 가치 투자는 그래도 나름 잘 알려진 지표가 있어서 거기를 타겟으로 목표 주가를 계산할 수 있고 그에 맞춰 더 진득한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데스티네이션 XL의 시총은 2021년 12월 31일 기준으로 350 million 정도인데, 여전히 연 매출액보다 적은 숫자이고 PSR<1, P/E 기준으로 봐도 여전히 10이 채 안 된다. 그러니 20배가 오른 게 과잉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재미있다. 올해 최고의 주식은 난 무슨 이상한 바이오나 메타버스나 이런 데서 나올 줄 알았다. 생각지도 못한 섹터, 회사에서 최고 수익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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