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로 돌아가보자. 연준의 무제한 돈풀기로 나스닥이 저점 대비 거의 2배 조금 못미치는 수치로 올라간 2020년 말 즈음에, 이른바 미국의 일부 투자 대가들은 (전부는 아님) 이제 곧 버블 붕괴가 온다고 얘기했다. 원자재 투자로 유명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짐 로저스가 그랬고, 대표적인 회의론자인 제레미 그랜덤이 그랬고,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2020년 주식시장이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게 여러 지표 예를 들어 버핏지수라든지(뭐 좀 신뢰성이 없긴 하다), 미국 시장 전체 PE ratio 등을 놓고 보면, 버블로 보였던 게 사실이고, 실제로 2021년 12월부터 미국 주가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쭉 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약 2020년 연말로 돌아가서 주식 시장에 대비해서 미리 주식을 팔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2022년 3월 기준에서 한 번 보도록 하자. 2020년 12월 초에 QQQ를 팔았으면 그 때 가격이 303 정도였다. 이후 주식은 2021년 초까지 오르다가 조정, 오르다가 조정을 받으면서, 2021년 12월초까지 거의 400을 찍고 이후 큰 조정을 받아서 현재는 350 정도 (359)이다. 그러니까 주식 시장 붕괴가 온다고 미리 발을 뺀다 한들, 조정 다 맞은 현재 주가보다 못한 결과를 냈을 것이다 (303 vs 359). 주식이 어려운 게 이런 거다.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설령 미리 뺀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는 노릇이다. 아무리 버블이라 하더라도 주가가 끝까지 올라가는 것 까지 다 먹고 이후에 빠진다면, 경우에 따라서 미리 주식을 뺀 것에 비해, 더 좋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2020년 말에 주식을 팔고 2021년 1년 넘게 참다가 도저히 지수 올라가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뒤늦게 샀다가 -20% 이상 두드려 맞는 것이다 (그러면 이건 300이 아니라 거의 QQQ를 250에 매도하는 그런 효과). 이 전략은 정말 최악. 차라리 미리 팔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혹은 그냥 계속 들고 있는 것, 이 두 전략보다도 훨씬 열등한 게 어설프게 왔다갔다 하는 전략이다. 그러니 팔려면 아예 미리 팔고 그걸로 부동산을 사든 실물자산을 사든 딴 짓을 하든지, 아니면 바이 앤 홀드로 가겠다면 그냥 조정 맞더라도 우직히 간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어설프게 시간 계산해서 나갔다가, 주가 오르는 거 보고 배아파서 들어갔다가 또 낭폐 보고. 이런 게 주린의 대표적인 실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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